연기금이 하락장의 방패가 될 것인가.

연기금이 하락장의 방패가 될 것인가.

10일 오전 11시25분 현재 코스피시장에서 연기금은 425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개장 후 2시간여만의 집행 금액만으로도 전날 124억원 순매수를 3배 이상 넘어선 상태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개장초부터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날 미국 다우지수의 2% 대 급락 여파로 개장초 1500선이 무너진 채 출발했지만 1520선까지 회복하는 저력을 보였다. 하지만 다시 하락반전해 1510선을 두고 공방을 펼치고 있다.

증시가 초반에 비해 낙폭을 그나마 줄인 배경에는 연기금의 자금 유입이 한 몫하고 있다. 투신이 11억원을 순매수하고 있지만, 지수선물시장에서 1515계약의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어 실질적으로는 매도에 동참한 상황이다.

이에 비해 연기금은 현물시장과 선물시장의 동시순매수를 통해 실제 자금을 쏟아붇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연기금이 400억원이 넘게 순매수하고 있지만 정부당국의 바람대로 ‘대규모 집행’ 여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장초반부터 대량 매수가 보이지 않고 ‘증시의 수준에 맞는 선’에서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예정된 집행자금 중 2000억원 이상을 이날 쏟아부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7월 옵션만기일을 맞아 장후반 대규모 자금을 집행하면서 코스피지수의 반등을 이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기금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설 것이라는 예상은 전날 김동수 기획재정부 1차관 내정자의 신호였다.

김 내정자는 전날 “기관이 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책임과 리더십을 발휘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의 조기집행 가능성으로 시장에서는 받아들여졌다.

국민연금이 올해말까지 증시에 사용할 수 있는 추가 자금은 7조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사학연금과 군인공제회 등 자금까지 더하면 증시의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은 충분한 셈이다.

실제 연기금은 7월 들어 코스피지수가 급락하는 와중에도 꾸준히 매수세를 유지하면서 증시의 추가 하락을 심리적으로나마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연기금은 7월 들어 모든 거래일에 순매수를 단행하며 2600억원 가량의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순매수한 종목도 지수의 방어에 도움이 되는 시가총액 상위주에 집중돼 있다.

지난 9일까지 연기금은 삼성전자(558,000원 하락세17,000 -3.0%)를 940억원 순매수했다. 이어 POSCO(503,000원

상승세17,500 +3.6%)와 신한지주(44,150원 하락세
50 -0.1%)
를 각각 471억원과 306억원을 순매수했다. 현대차(66,700원 하락세
2,200 -3.2%)
한국전력(30,950원 상승세
400 +1.3%)
, LG전자(107,500원
하락세
7,000 -6.1%)
도 200억원 이상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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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을 가리지 않고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대한 매수를 확대하면서 코스피지수의 급락 방어에 진력한 것이다. 이와 함께 이들은 시가총액 상위종목이면서도 외국인의 대량 매도로 과대낙폭이라는 인식도 퍼져있다.

이세우 사학연금 주식운용팀장은 “자금 여력은 충분한 편”이라며 “매수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팀장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아 매수타이밍을 잡는 데 신중을 고려하고 있다”며 “적절한 시기에 실적대비 주가가 과도하게 낙폭된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연기금이 과감한 투자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연기금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한 증권사 임원급 직원은 “사방이 사면초가보다 더한 상황인데 연기금이 섣불리 증시에 뛰어드는 상황을 자초하기는 힘들다”며 “대형 우량주 중심의 투자로 코스피지수 방어에 몰입할 공산이 크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요즘 같은 세상에 정부가 압력을 넣는다고 해서 연기금이 바짝 엎드린 채 ‘예스맨’이 되기는 힘들다”며 “국민의 돈과 마찬가지인 연기금을 앞뒤 가리지 않고 주식시장에 퍼붓기는 미지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연기금도 최근 증시 상황을 바닥은 아니지만 바닥 근처라고 인식하는 낌새는 느껴진다”며 “시장 상황이 좀더 유리하게 돌아섰다고 판단되면 공격적으로 자금을 쏟아부을 가능성은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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